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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소개

직장에 대한 몇 가지 오해

관리자   /   2004-09-03

<장면 1>
외부 사람들과의 저녁식사 자리

“술은 뭘로 하시겠습니까?”
“아니,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분들도 술을 드세요?”
‘담배도 한보루 시켜버려?’

<장면 2>
고교 동창의 전화

“어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회사에서 정보검색대회를 열거든. 주말에 집에서 문제를 푸는 건데 다들 친구들 동원하고 난리다. 이건 완전히 시간싸움이야. 회사사람들에게 자랑해 놨지. 친구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다닌다고. 다들 부러워서 난리야. 일등은 정해졌다고... 정말 너같은 친구를 둬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도와줄거지?”
‘.....’

내가 다니는 직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명칭 때문에 종종 벌어지는 일들이다.
내가 제법 윤리적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것과 정보통신에 관한한 박사급 수준일 것이라는 오해.

첫 번째 같은 경우는 진담이 아니라는 걸 뻔히 알 수 있는 애교있는 농담이라지만 두 번째 장면 같은 경우는 진짜 심각하다. 컴퓨터는 고사하고 기계치였던 나를 잘 알고 지내던 친구들까지 이런 부탁을 하다니. 하긴 처음 이 직장에 들어왔을 때만해도 친구들이 그랬다.

“짜식, 컴퓨터 공부 열심히 했구나.” 매사에 삐딱선만 타던 조금 염세적인 한 녀석은 “너 무슨 빽으로 들어간거 아냐?”하고 눈을 흘겼다.
하긴 나도 신기했다. ‘정보통신과 윤리 모두 소질이 없는 나를 다 뽑아주다니. 날 데리고 도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수작이지?’ 입사 후에도 불안했다. 내가 술담배를 즐겨한다는 사실도 내심 불안했지만 무엇보다도 컴맹에 넷맹인 아니 기계맹인게 들통이라도 나면 어쩌지.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 이름만 들어보아도 대강은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중 가늠하기가 가장 쉬운 것이 무슨무슨 위원회이다. ‘청소년보호 위원회’, ‘국민고충처리 위원회’, ‘의문사진상규명 위원회’ 등등... 어찌 이보다 더 명확할 수 있는가? 어떤 일을 하는지 단박에,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니? 좀 난감해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어 유통되는 정보 중 불법 청소년유해정보 등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를 하는 법정기관이다. 이뿐 아니라 불법청소년유해정보신고센터 운영, 인터넷 민간자율규제활동 지원, 정보통신윤리 교육 홍보 프로그램 운영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막연하게 일반인들을 초월하는 윤리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정보통신망을 귀신같이 이용해 뭔가 일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들에 대해 정말 많은 설명을 하고 다녔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그런게 아니고 말이지 이러쿵 저러쿵...

그랬더니 더욱 놀라운 반응이 쏟아진다. 심의니 시정요구니 하는 단어들이 정보통신이나 윤리를 압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야 너 힘깨나 쓰겠구나.”
이 정도면 한 5공 마인드는 된다. 나에게 눈을 흘기던 3공 마인드의 염세주의자는 “명절에 떡값깨나 받겠네.” 아주 째려본다.

소속이 사람을 바꾼다더니 속해있는 사람을 바꾸는게 아니라 외부에서 쳐다보는 사람들 시선을 바꿀 줄이야...

<장면 3>
모기업에 다니는 친구, 갑자기 밥을 사겠다며 불러내어

“네가 더 잘 알겠지만 요새 안티 사이트라는 거 있잖아.
요새 우리회사 안티 사이트가 생겨서 윗 분들 심기가 매우 불편하거든. 말단인 나한테도 불똥이 튀어서 아주 죽겠네.
회사 체면에 공개적으로 대응하자니 좀 불편한 모양이고. 네가 좀 조용히 해결해 줄 수 없겠냐? 사례는 톡톡히...”
‘이런 미친넘....’